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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에서 육아까지

[퇴사 일기] 임신 후 퇴사를 결정 하기까지...

리쪼리 2023. 10. 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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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회사 10년차, 부장에서 백수되다.


■10년간의 회사 생활

저는 패션회사에서 10년 가량 근무했는데요, 지금은 들으면 아실 수도 있는 브랜드가 되었지만

제가 입사 할 당시만 하더라도 '엥? 처음 들어보는 브랜드네?' 하는 반응이 열에 아홉이었답니다.

(아뇨..열에 열....ㅋㅋㅋㅋㅋ)

 

중소기업이다보니 주말에도 출근하는 건 다반사고 하루 10시간, 12시간 근무는 기본이었죠...ㅎㅎ

일 욕심에 승진 욕심도 강했던 터라 남들보다 더 오래 일하고, 잘 하려고 노력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앞뒤 없이 정말 일만 하다보니까 어느덧 부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커리어가 쌓였죠.

회사도 많이 성장해서 브랜드 인지도도 매우 커졌고 사업 확장과 더불어 사옥까지 짓게 되었죠.

오랜시간 함께한 회사인 만큼 정도 많이 들었고, 제 인생에서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크게 자리 잡았어요.

 

제 생각과 삶의 가치관도 오로지 일과 성공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 같아요)

 

하지만 제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지금껏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 바뀌게 되었어요.

 

야근보다는 남편과 함께 하는 저녁식사가,

자발적이던 주말 출근보다는 남편과 함께하는 주말 데이트가 더욱 간절해지기 시작했죠.

(특히 남편 회사는 근무 시간이나 연차에 대한 복지가 너무 좋아서 비교되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러다 결혼 2년차에 너무나 감사하게도 임신에 성공하게 되었고

이전에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육아휴직''워킹맘'이 될 제 모습을 그려보게 되었어요.

 


■퇴사 사유

제가 근무한 회사는 스타트업이었기에 20대 초중반의 젊은 직원들이 많았어요.

회사가 10년 정도 연차가 쌓였지만, 그 당시 직원들의 나이는 이제 고작 30대 초중반이었고

회사 분위기가 연애나 결혼을 지양하고 개인의 커리어에만 집중하도록 분위기이다 보니,

제 상사들도 결혼을 하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어요.

 

청첩장을 주던 날 들었던 말은

'야, 너희들은 결혼하지마. 결혼하면 일에 집중 못하니까 하면 안돼'라는 상사가 팀원들에게 하는 말이었어요.

또 어떤 상사분은 '난 결혼하면 회사에 집중하기 힘들어서 결혼하기 싫어'라는 말도 저에게 하셨어요.

(못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네... 둘 다 여자랍니다...;;;)

 

대표가 나서서 결혼하지 말아라, 가정보다 일이 우선이다, 가족보다 개인의 삶이 먼저다.

항상 이렇게 직원교육을 하시던 분이니 회사 분위기가 안봐도 뻔하죠....ㅎㅎ

그렇다보니 회사는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에 대한 이해도나 메뉴얼이 전혀 없었어요.

대표와 회사가 곧 종교인 곳이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육아휴직을 쓴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었어요.

더군다나 회사에선 직급자들에겐 야근과 회사에 대한 무한 충성심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일반 평사원도 아닌 부장인 저는 그 괴리감 속에서 고민하며 힘들어 했답니다.

 

뭐 육아휴직을 어찌저찌 써서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예전처럼 일에 파고들 자신도 없었구요, 

그리고 아기는 육아휴직이 끝난다고 해서 '예, 어머니 잘 다녀오십시오' 하지도 않잖아요...

어린이집에 가면 여기저기서 옮아 온다는 전염병부터, 크고 작은 일들로 인해 써야할 연차나 조기 퇴근까지...

저는 도저히 눈치가 보여서 못 쓸 것 같더라구요. 회사가 절 이해해줄 것 같지도 않았구요.

더군다나 양가 부모님 모두 차로 3~4시간 이상 멀리 살고 계셔서 도움을 받기도 힘든 상황이었어요.

 

이런 고민들로 우울감이 밀려와서 일상 생활이 힘들어지기도 했어요.

('더 어릴 때 이직 했어야하나,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가' 하는 그런 바보 같던 생각들 때문에요)

 

정말 긴 고민 끝에 내린 답은 '퇴사'였습니다.

언젠간 위와 같은 문제들로 결국엔 퇴사할 것 같았거든요.

 

그때가서 수당 받을 거 다 받고 퇴사했다고 욕먹을 바에, 그냥 임신을 명목으로 지금 그만 두는게 낫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엄마의 손길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내 아이를 잘 키워 보겠다는 마음도 있었죠.

이렇게 결정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쉽사리 퇴사하지 못했던 이유 중에는 '외벌이'가 가장 컸어요.

제가 그만두게 되면서 수입이 줄어드는 부분도 있지만 또 남편 혼자 짊어지게 될 무게가 무거워 보였거든요.

제가 회사 생활로 스트레스를 무지 받았던 터라 정신적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었고

남편이 그런 고통으로 힘이 들 때, 내가 일을 하고 있다면 남편도 조금이나마 덜 부담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었는데

이젠 오로지 혼자서 감당해야하니 이런 점들로 인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남편은 언제나 제게 용기를 주었고,

어떻게든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우리 가족하나 책임 못지겠냐며 오히려 저를 다독여줬답니다.

그런 응원을 들으니 저도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어요.

전업주부로 생활하겠지만 내 아이를 잘 케어하고, 집안 살림과 경제적인 부분을 잘 아끼고 모은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 가정에 큰 도움이 되고 내 역할이 있지 않을까라고 말이죠. 

 

그리고 아이가 크면 언젠가는 나도 다시 일을 해야지!

10년간 잘 해왔으니까 그때가서도 잘 할 수 있어. 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더 좋은 가정을 만들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두 식구에서 세 식구가 될 미래를 상상하며 태교에 집중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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